AI 초안 금지론에 반대하는 이유: 마틴 파울러 'LLM Voice'를 읽고
마틴 파울러가 10월 29일에 'LLM Voice'라는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한 줄로 줄이면 "글 초안을 LLM에게 쓰게 하지 마라"입니다. 이 블로그는 AI가 초안을 씁니다. 그래서 그냥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읽고 나서 정리한 생각을 적어 둡니다.
한눈에 보기
- 파울러: LLM이 쓴 티가 나는 글은 읽기 싫어진다. 초안은 맡기지 마라.
- 저: 반대합니다. 저 같은 사람한테는 AI 초안이 도움이 될 때가 더 많습니다.
- 대신 AI 티가 나는 순간을 막는 장치를 두고, AI를 썼다는 것을 글마다 밝히기로 했습니다.
파울러가 한 말
원문은 LLM Voice입니다. 짧으니 직접 읽어 보는 걸 권합니다. 제가 이해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LLM이 쓴 것 같은 글을 읽으면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줄어듭니다. 심하면 거부감까지 듭니다. 파울러는 이걸 문장의 "uncanny valley(불쾌한 골짜기)"에 빗댑니다. AI 판별 도구는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반응은 읽는 사람 안에서 이미 일어난 거라서, 도구를 꺼낼 때쯤이면 늦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강하게 권하는 건 초안을 LLM에게 쓰게 하지 말라는 겁니다. 사람이 나중에 고쳐도 LLM 말투는 잘 안 빠진다고 합니다. 문장을 다듬어 달라고 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봅니다. 개요 정도는 괜찮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둡니다.
AI를 썼다면 어떻게 썼는지 밝히자는 말도 있습니다. 파울러 본인은 검색 용도로만 쓰고, 나온 내용은 원문을 찾아 확인한다고 합니다. 예외도 인정합니다. 파킨슨병 때문에 LLM이 꼭 필요한 동료 짐 하이스미스(Jim Highsmith), 번역, 아무도 안 읽을 서식 문서 같은 경우입니다.
밑바탕에는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글쓰기는 생각하는 도구인데, 글을 맡기면 생각도 같이 맡기게 된다는 걱정입니다.
저는 반대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야 바로바로 초안이 나오겠지만, 저 같은 경우엔 AI가 잡아 주는 초안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초안이 있으면 거기서부터 고치면 됩니다.
그렇다고 파울러 말이 다 틀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내가 쓸 수 있는 것만 써야 하고, 생각까지 맡기면 안 됩니다. 이 블로그는 그걸 말로만 하지 않고 장치로 두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직접 해보니, AI 티가 나는 순간
AI가 쓴 글에서 티가 난다고 느낀 건 이럴 때였습니다.
- 너무 AI스러울 때
- 말도 안 되는 내용이 길게 써져 있을 때
- 앞뒤 말이 연결이 안 될 때
이 블로그는 이렇게 막는다
너무 AI스러운 말투 → 상투 표현 검사기. 글을 발행하기 전에 검사 스크립트를 돌립니다. 여기에 AI가 자주 쓰는 표현 목록이 들어 있어서, 걸리면 경고가 뜹니다. 실제 목록 일부입니다.
{ label: '결론적으로', pattern: /결론적으로/g },
{ label: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attern: /에\s*대해\s*알아보(겠|도록)/g },
{ label: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pattern: /도움이\s*되셨(길|기를)\s*바랍니다/g },
말도 안 되는 내용이 길게 → 겪은 일만 쓰고, 모르는 건 빈칸. 초안에는 제가 실제로 겪은 일만 들어갑니다. AI가 모르는 부분, 그러니까 제 경험이나 의견이 필요한 자리는 "작성자 확인"이라는 빈칸으로 남깁니다. 그 빈칸은 제가 채웁니다. 빈칸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검사에서 오류가 나서 발행할 수 없습니다. 사실은 따로 확인합니다. AI가 "다 했다"고 해도 결과를 다시 보는 이유는 AI 에이전트가 '다 했다'고 할 때 믿으면 안 되는 이유에, 초안에 섞인 사실 오류를 검토에서 잡은 이야기는 AI 코딩 에이전트에게 일 맡기는 법에 적었습니다.
앞뒤 말이 연결 안 됨 → 직접 읽고 고친다. 이 글부터는 발행 전에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어 봅니다. 문단이 따로 노는 곳은 직접 고칩니다. 이건 검사기가 못 잡습니다.
그래도 말투는 완전히 못 뺐을 수 있습니다. 이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 AI 티가 나는 순간 세 가지와 이 블로그의 대응
그래서 AI 사용 고지를 넣었습니다
말투를 다 못 뺐다면 숨기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은 파울러 말을 그대로 따릅니다. 이번 글부터 모든 글 끝에 AI를 어떻게 썼는지 적습니다. 이전에 올린 글 4편에도 같은 문구를 넣습니다. 문구는 이 글 맨 아래에 있습니다.
마무리
파울러는 초안을 맡기지 말라고 하고, 저는 맡깁니다. 대신 경험은 제가 채우고, 사실은 따로 확인하고, 발행 전에 직접 읽습니다. 그리고 AI를 썼다고 밝힙니다. 이 정도면 읽는 분들이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글은 AI(Claude)가 초안을 쓰고, 제가 경험과 의견을 채운 뒤 검토해 발행했습니다. 글에 들어간 도식도 AI와 함께 만들었습니다.